사이판에 오래 머무르다 보니, 방학중에 사이판에 와서 초등학생 자녀에게 영어교육을 목적으로 한 달 정도 머물며 현지 학교에 보내는 어머님들을 몇 분 보게 되었다. 사이판 현지에서 꽤 오래 살아본 입장에서 영어교육이 효과적일지에 대해 고찰하면서 쓴 글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읽어보길 바란다.
부모의 측면에 대한 내 생각
부모의 입장이 되어보면 내 자식에게 좀 더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길 원한다. 특히 언어는 어릴 때 해두어야 습득이 빠르며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직장 환경이나 금전적인 이유로 인해 영어권 국가인 미국에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나오게 하기는 매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아이들에게 해외가 어떤지, 영어 공부가 왜 중요한지 아이들에게 교육하기 위해서는 영어권 국가에 잠깐 머물며 학교에 다니게 하는 방법이 좋다. 국내에서 교육은 그런 영어 환경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고, 영어 학원에 보내더라도 수업을 완전 영어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학원 수업이 끝나면 한국어만 쓰기 때문에 사실상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이유들로 해외 학교를 찾아보다가 사이판을 선택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가까운 영어권 국가는 필리핀, 사이판, 괌 정도로 생각이 들고, 사이판과 괌은 미국령이니까 가면 그래도 미국식 영어를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사이판과 괌 중에 그래도 물가가 조금 저렴한 사이판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이판이 이런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초등학생 아이 하나를 한 달 정도 학교에 보냈을 때 드는 비용이 1,000달러는 기본으로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값을 저렴하게 하려면 사이판 교육기관 관련 인맥이 생기거나 해야 더 좋은 정보를 수집하고 더 저렴한 가격에 더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사이판은 미국령이지만 미국인 비율은 체감상 1%도 되지 않는다. 사이판 현지 초등학교에 가면 백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피부가 까무잡잡한 아시아계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아이들이 미국식 영어를 배우는 것은 맞지만 발음은 미국식 발음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식 발음에 아시아계 언어의 발음이 조금 섞인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런 부분을 어느 정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예상되는 현지 생활
여유 자금이 많다면, 사이판이 아닌 미국 본토나 호주 등 다른 국가를 선택했으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사이판을 선택했기 때문에 안 그래도 부담되는 교육비 이외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경우가 많으리라 생각된다.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는 그래도 가족단위로 1박당 10만 원 이내로 머물 수 있지만 리조트로 가면 기본이 1박당 20만 원이기 때문에 한 달 동안 계속 리조트에 머무는 것은 금전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사이판에서 학교는 보통 아침 일찍 시작한다. 내 기억상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에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면 학교 시작시간 보다 적어도 1시간 정도는 일찍 아이를 깨우고 학교에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드디어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 그럴 때 보통 카페에 가서 일을 보거나 잠깐 주변지역 여행을 하거나 밀린 잠을 보충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이가 하교할 때쯤 학교 근처에서 아이가 나오기까지 기다린다. 나도 지인분이 학부모 분이셔서 같이 아이를 기다린 적이 있었는데 보통 3시 정도에 하교하는 것 같다. 사이판에도 스쿨버스가 있는데 학교마다, 프로그램마다 이용 여부가 달라지는 것 같으니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아이가 하교하면, 부모 입장에서는 쉬고 싶은 분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초등학생 수준에서 공감이 힘든 부분이기 때문에, 학교를 마치고 나온 아이는 자꾸 주변에 바다에 가서 놀자, 어디 가보자하며 계속해서 육체적인 활동을 이어나가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주변 바닷가에 데려가서 물놀이 한 번 하고 나와서 아이들을 숙소로 들여보낸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직접 씻겨줘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일이 더 많아질 것이고, 구명조끼나 스노클링, 수영복, 튜브 등 물놀이 장비들을 직접 씻어야 하고, 말리는 것까지 해결해야 한다. 이제 씻고 나오면 보통 6시 정도 되어 저녁시간이 된다. 저녁을 밖에서 외식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인근 대형마트에 들러서 장을 본 다음 숙소 내 공용 주방에서 요리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정말로 일이 많아진다. 요리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숙소 내에서 소란스럽게 뛰어다니는 경우가 있거나 말을 안 듣는 경우에는 아이들을 추가적으로 관리하는데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렇게 저녁을 해결하고 나면, 아이들의 학교 숙제를 봐주어야 한다. 하지만 학부모도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면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숙제는 조금 난감할 수도 있다. 아이들의 숙제를 직접 봐준 적이 있는데, 수학은 한국에 비해 매우 쉬운 수준이었지만, 영어 읽기나 빈칸 채우기 이런 언어적인 부분에서는 아이가 많은 어려움을 겪으리라고 생각한다. 난이도도 어려운 데다 문제 자체도 모두 영어로 적혀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이 숙제까지 다 봐주고 나면 부모 입장에서 진이 빠지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날 또다시 아이들 학교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10시가 되면 슬슬 잘 준비를 할 가능성이 높다. 평일 동안은 이렇게 비슷한 일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주말에는 시간을 내서 투어를 한다던가, 차를 렌트해서 아이들과 여행을 간다던가 하는 스케줄이 짜질 가능성이 높다.
추천 여부
앞서 사이판 내 영어 학교 교육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이번 문단에서는 추천하는지 하지 않는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려고 한다. 일단 사이판에서 영어 학교 교육을 한다면 얻게 되는 장점은, 항공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며, 미국 땅이고, 현지에서 원하는 만큼 물놀이를 자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국내와는 다른 해외의 문화와 분위기 등 다양한 것들을 경험시켜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은 높은 교육 비용과, 1달 정도의 교육만으로는 아이들의 영어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계속 챙겨야 하는 바쁜 일상이 단점일 수 있다. 그래서 단점 부분을 어느 정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사이판에서 영어 학교 교육을 하는 것에 있어 추천은 해드릴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다른 국가를 찾아보거나 국내에서 영어 교육을 시키는 쪽으로 알아보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좀 더 제대로 아이들에게 영어교육을 시키고자 한다면 돈을 조금 더 들여서라도 미국 본토나 호주 같은 영어권 국가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영어 교육도 하면서 같이 물놀이도 좀 즐기고, 해외 생활 경험도 만들어 주는 것이 목표라고 하면 사이판 영어 학교 교육도 괜찮은 옵션인 것 같다. 결정하기 전에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