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을 여행하시기 전에 이 글을 읽으신다면, 사이판에 대해 좀 더 풍부한 배경지식을 갖추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사이판에 총 6개월간 머물렀었던 제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모두 이 글에서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
연간 날씨
사이판을 방문하기 전에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날씨입니다. 사이판은 열대 기후에 속해 일년 내내 따뜻하고 매우 습합니다. 안경을 착용하신 분들이라면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안경알에 습기가 맺히게 됩니다. 정말 습한 날은 피부에 미스트를 뿌리는 듯한 느낌이 날 정도로 습합니다. 사이판에 언제 방문하시든 간에 보통 낮에는 30도 근처로 더우며, 밤에는 26도 근처로 일교차는 매우 작은 편입니다. 하지만 밤에는 해가 떠있지 않고, 시원한 바람이 불기 때문에 추위를 많이 타시는 분들이라면 밤에는 반팔 반바지 차림은 조금 추울 수도 있습니다.
사이판은 계절이 없는 것 처럼 느껴지지만 굳이 계절을 나누자면 건기와 우기로 나눠집니다. 건기는 대체로 12월부터 6월까지 지속되며, 이 시기에는 하늘이 맑고 강우량이 적어 여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기는 7월부터 11월까지로, 이 기간에는 소나기와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건기라고 해서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건기에도 잠깐잠깐씩 퍼붓는 소나기는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비가 소나기처럼 5분에서 10분 정도 갑작스럽게 퍼붓다가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 현지인 분들은 우산을 거의 쓰지 않고, 비를 잠시 피해 기다렸다가 비가 그치면 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이판은 어느 계절이든 방문하셔도 좋지만, 비가 많이 오면 여행을 제대로 즐기기 힘들기 때문에 건기인 12월에서 6월 사이에 방문하시면 좋습니다.
사이판은 햇빛이 뜨거운 만큼 자외선 지수도 강한 편입니다. 맑은 날에 얼굴에는 꼭 선크림을 발라주길 바라며, 긴팔 티셔츠와 긴 바지를 입거나 팔토시 다리토시 등을 활용하여 햇빛을 차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햇빛에 자주 노출 될 경우 피부가 쉽게 타거나 붉은 색으로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근처 대형마트에서 알로에 젤을 사서 바르시면 좋습니다. 따라서 사이판에 방문하고자 하신다면, 반팔 반바지만 챙겨 오시기보단, 간단하게 걸칠 얇은 긴팔 외투나 팔토시 다리토시 등을 가져오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인종 및 언어
사이판은 미국령에 속해 있으며 차모로족과 캐롤라인족이 이 섬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차모로족은 마리아나 제도의 원주민으로, 사이판을 비롯한 여러 섬에서 30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캐롤라인족은 19세기 후반에 인근 캐롤라인 제도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며, 이들은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이판은 인구 5만명 정도의 다인종이 살고 있는 섬으로, 아시아계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중 차모로족과, 필리핀인이 각각 30% 정도로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캐롤라인족,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 인도인, 방글라데시인 등 다양한 아시아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령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인을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사이판에서 자주 사용되는 언어는 영어이며, 대부분의 주민들이 능숙하게 사용하며, 관광지나 식당, 대형 마트에서도 영어로 소통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인종이 이 섬에 머무르고 있다 보니 미국식 발음과 억양을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차모로 어는 차모로족간 소통하는데 많이 사용되며, 차모로족이 관광객과 소통할 때는 영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기억하시면 좋은 문장은 바로 "하파데이(Håfa Adai)" 인데, 차모로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입니다. 해당 문장은 사이판 내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문장 중 하나이며, 곳곳에 Håfa Adai라고 쓰인 간판들도 볼 수 있습니다.
사이판 내 주 언어가 영어이긴 하지만 사이판에는 많은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데다가, 관광객 중 한인 관광객 비율이 제일 높기 때문에 현지인들은 관광객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는 데 있어 익숙해합니다. 대한민국 사이판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한국어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한인 투어 상품이나 한식당 등을 이용하신다면 영어를 구사하지 못해도 의사소통에 있어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문화
사이판 비치로드를 따라가다보면, 바닷가 근처에 바비큐 파티를 위해 세워진 테이블과 의자, 바비큐 조리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현지인들은 주말마다 가족 및 친척 단위로 바닷가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겨합니다. 사이판에서 현지인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를 여러 번 한 적이 있었는데, 직접 자연에서 나뭇가지를 가져와서 장작으로 쓰고 불을 지핀 후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을 구워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쁜 바다를 보면서 바비큐를 구워 먹을 수 있어서 물놀이하고 나와서 먹으면 딱이라 정말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해당 바비큐 파티 관련 시설물들은 여행객이라도 아무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이판에 처음 오시는 분들은 이런 부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리조트에 머물거나 관광 명소만 들러서 여행하는 것이 대부분일 텐데, 바닷가 앞에서 직접 바비큐를 구워 먹어보는 것도 해보시면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이판 주민들의 여유로운 마음가짐은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인상을 남깁니다. 사이판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며, 사람들은 언제나 여유로운 태도를 보입니다. 이는 사이판의 따뜻한 기후와 자연 환경 덕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국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사이판에 도착하여, 바닷가에서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는 현지인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이판은 미국령이기 때문에 팁 문화는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많은 한국인들이 사이판에 방문하여 사이판이 한국화 되어서 팁은 굳이 주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정말 서비스가 친절했거나 하는 분들에게는 팁을 10% 정도 주시는 것도 좋지만, 음식점에 방문할 때마다 매번 팁을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글을 마치기 전에 한 가지 참고사항을 드리려 합니다. 사이판 비치로드를 비롯하여 곳곳에 불꽃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4월에서 7월 사이에만 빨갛게 개화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아름다운 사이판을 체험하고자 한다면, 저는 4월에서 6월 사이에 여행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성수기 직전이어서 비행기 표도 저렴한 편이고, 길가에 세워진 예쁜 불꽃나무도 볼 수 있고, 건기이기 때문입니다.)